나는 1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5개의 스타트업에 다녔다. 그중 3개 스타트업에서는 평어를 사용했고, 나머지 3개 스타트업에서는 평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서 평어를 쓴다는 것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트업에서는 평어를 쓰는게 "압도적으로" 좋게 느껴졌다.
어느정도냐 하면 내가 다시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면 꼭 평어를 회사 문화로 도입하고 싶을 정도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겠다.
1. 스타트업은 하나의 문제에 집중한다.
스타트업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격식이나 절차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게 아니라면 과감히 버리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존댓말이나 팀원의 나이나 팀원의 개인정보 등이 어떻게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스타트업이다. 자율에 맡기면 되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불편한 관계에서는 존댓말, 편한 관계에서는 반말을 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다들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파벌이 생기기 쉽고, 친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간의 괴리가 생기기도 쉬워져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평어 사용을 강제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들고, 문제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꽤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에서 평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 때의 경험 중에 상술한 효과를 제대로 경험했던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팀 구성이나, 상황에 대해 모르는 상황에서 밥을 같이 먹으며 통성명했던 마케팅팀 팀원이 생각나서 연락했던 메신저 내역이다.
메신저를 보낸지 몇분 지나지 않아 담당자 분과 메신저로 미팅을 잡을 수 있었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의 범위와 해야할 일들이 정리되었다. (첫 미팅에서 평어를 쓰며 바로 일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도 언급해야겠다.)
"평어 안써도 되는 일들인데?" 라고 반문을 제기할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어를 쓰는 그 분위기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스타트업은 근속기간이 짧다
이 소제목에 있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기업/중소기업에 비교해 근속기간이 짧은게 맞고, 심지어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팀원이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평어를 사용하는 것은 스타트업 조직에 많은 도움을 준다. 직급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어를 사용하는 문화는 처음에 어색할 수 있지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빠른 시간 내에 신규 입사 직원이 기존 직원과 융화되는 것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개인간 라포 형성이 쉬워진다)
3. 스타트업은 직원 한명도 대표만큼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1주일 전에 입사한 사원이 기존에 잘못되고 있는 부분을 발견해 회사에 엄청난 기여를 하는 사례는 외국에서 종종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 상황에서는 1주일도 안된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게 시스템적/문화적으로 많이 막혀있다. 평어를 쓰면 이런게 100% 해소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평어를 시작으로 타운홀 미팅 문화, 대표와 1 on 1 문화 등의 소통창구를 많이 만들면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다. 입사한 지 한달된 신입 사원이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발표를 하는 문화, 평어를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운이 좋아서 평어를 쓰는 문화를 잘 만났을 수도 있다.
아직도 평어 문화가 쓰이는 조직은 극소수라는걸 생각해봤을 때,
한 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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